작업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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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장 속 앨범에 옛 사진들이 가득하다. 동생과 나와 언니의 어린 시절 모습을 순서대로 보고 나면 그제야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나타난다.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이 지금의 나와 꼭 닮아 보여 한 번씩 찾아보곤 하는데 그중에는 1980년대에 찍은 것도 있었다. 공장으로 보이는 풍경 속에 유니폼을 입고 서 있는 앳된 얼굴의 두 여성, 나는 한 번에 엄마를 알아보았다. 사진을 찍은 곳은 어디인지, 언제인지, 어떻게 왜 갔던 건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 모습에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선뜻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웠다. 나에게 있어서 미지의 세계인 엄마의 삶, 그 부분들이 엄마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고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뜸 들인 끝에 올해 여름 드디어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였고, 그것을 처음 발견하고부터 혼자 고민해 온 시간이 무색할 만큼 엄마의 목소리는 편안하고 담담했다. 자식들에게 힘들고 고단했던 그 시절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우리가-내가 먼저 묻지 않았기에 꺼내지 않았다는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매체로 전해지는 여공들의 모습, 산업의 역군이라 소개되며 그녀들이 일구어 온 것들이 일정한 레퍼토리로 반복되는 경우를 보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꺼내어지는 저마다의 고유한 경험들을 함께 기억해나가는 중요하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당시 노동 현장에서의 피와 땀, 공기, 소리, 우애를 나눈 동료들, 그로부터 연결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과거의 영광으로, 빛바랜 사진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해서 이어져가고 있는 ‘살아가는’ 것임을 엄마 그리고 이웃 어른들과의 대화를 통해 환기한다.

고무적인 기억 - 꽃부리 영 아름다울 미
10분 51초_단채널영상_2021
*출연: 천영미, 부산 삼화고무(주) 3년 근무, 1980년대 초반


 고무적인 기억 - 밝을 명 맑을 숙
 11분 14초_단채널영상_2021
*출연: 민명숙, 광주 일신방직(주) 10여 년 근무, 1980년대 후반~90년대 후반